

대중적인 점술도구로 알려진 타로카드, 하지만 타로카드의 기원은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럽 최초의 타로카드는 1420년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궁정에서 제작되었고, 당시 카드 제작의 의도는 가문의 위기와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던 밀라노 군주의 영혼을 위로하는데 있었다.
17세기 초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목판인쇄술이 도입되고 대중적인 타로카드가 본격적으로 제작되지만, 이 때에도 불안한 운명을 예언하는 도구는 타로카드가 아닌 전통적인 점성술이나 기존의 게임카드가 주를 이루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타로, 즉 웨이트-스미스 카드(the Waite-Smith deck)가 1909년에 영국 런던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이 타로덱의 제작자인 아더 웨이트마저도 타로카드의 점술 기능만은 철저하게 배격했다. 오히려 신비한 점술 기능은 그로부터 50년이 지나서, 그것도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바로 1971년 에덴 그레이 (Eden Gray)가 집필한 타로카드 해설서 <A Complete Guide to Tarot>가 미래를 예언하고 운명을 간파한다는 분명한 목적에서 예언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으로부터 도피하는 예언은 얼마나 허약한가?
자신의 타고난 미덕을 끝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춰진 부덕을 낱낱이 파헤치지 못하는 존재의 삶이 과연 어디에서 위로를 구할 수 있을까? 1420년대 밀라노 최초의 타로카드가 그리스 신화 속 소재인 다양한 신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기 말 마르세이유 카드를 분석하며 그 난해한 오컬트적 해석을 주도했던 제블랭 (Antoine Gebelin)이 신화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황금시대의 전설을 그토록 숭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타로의 창시자인 아더 웨이트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가 런던의 황금새벽회 내부에서 그리스 신들의 이미지가 새겨진 타로카드만 사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타로카드의 의미와 해석을 결정했던 중요한 단서는 늘 그리스 신화였다. 이는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불과 단 하루 밤만에 낯선 마르세이유 카드의 의미와 구조를 터득한 이유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점성술학자인 리즈 그린 (Liz Greene)에 따르면 신화는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온갖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원리이며, 타로카드는 우리 내면세계에 자리잡은 지혜와 의미, 무지와 혼란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시적 이미지에 해당한다. 타로카드가 시와 은유라는 점에서 해석은 당연히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리즈 그린은 개별 타로카드의 고유한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수록 카드의 신화적 해석을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All That Tarot-<세상의 모든 타로>에서는
“신화”와 “역사”, 그리고 “직관” 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타로카드의 기원과 발전과정 그리고 카드의 의미와 해석원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중국에서 제작된 동전 카드 (cash cards)가 동서무역의 거점지였던 투르판(Turfan)을 거쳐 페르시아에 알려진다. 그리고 다시 인도와 이집트에 전파되면서 15세기 유럽 최초의 타로카드로 알려진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로 등장한다. 바로 이 비스콘티 스포르자 카드덱을 시작으로,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복원한 기존의 다양한 형식과 종류의 마르세이유 타로덱, 그리고 1909년 영국 런던에서 제작된 웨이트-스미스덱의 역사와 해석을 자세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최초의 카드 제작자들, 타로카드의 명성을 불러왔던 학자들, 그리고 타로카드를 미신과 불신의 대상으로 추락시킨 불한당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최초의 타로카드 —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
12세기 초 중세 유럽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이슬람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게임 카드(playing cards)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후 14세기 중반에 이르자 이탈리아의 여러 항구 도시에서는 화려하게 장식된 아라베스크 문양의 게임 카드가 본격적으로 수입되었고, 주변 국가로 빠르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1367년 스위스 베른의 시의회는 교회의 승인을 얻어 모든 카드 게임을 금지하고 만다. 게다가 14세기 말에 이르자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서 게임 카드는 불법과 타락을 조장하는 “악마의 카드 (devil’s cards)”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타로카드는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1420년 당시 유명한 점성술사이며 단테 연구의 권위자였던 마르치아노 (Marziano da Tortona)는 밀라노의 군주 필리포 마리아 비스콘티의 요청으로 그리스 신들의 이미지를 새겨넣은 카드를 구상하고 설계한다. 어쩌면 이는 ‘최초의’ 타로카드가 등장하는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1450년 비스콘티 가문의 상속녀 비앙카 마리아와 당시 위대한 용병대장 프란체스코의 결혼 예물로 제작된 타로 카드 한 벌이 있었으니, 역사가들는 흔히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로 명명된 이 카드 덱을 서유럽 최초의 고전 카드로 보고 있다. 그리고 18세기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카드는 물론 20세기 초 등장한 웨이트-스미스 카드 또한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의 상징과 도상 그리고 그 의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총 8주에 걸쳐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의 역사와 해석의 전통을 소개한다. 타로 카드의 기원이 되는 중국, 이집트, 터키 지역의 게임 카드의 역사를 살펴보고,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의 등장에서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카드, 영국의 웨이트-스미스 카드가 제작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이후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 각 장의 상징과 인물 그리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당대의 신화, 종교, 신비철학과 민중신앙을 관통하는 독자적인 시대정신 속에서 해설한다.
타로는 왜 배우는 걸까.
우리는 타로 카드 열 장을 켈틱 크로스로 배열하며 내가 다져온 토대를 가늠하고 일이 펼쳐질 방향을 그린다.
그렇게 운명을 예지하고 양갈래 길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운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운명이 내게 부여하는 소명이다. 그리고 그 소명은 가혹하고 비통한 길을 필히 걷게 만든다.
타로는 운명을 비추기도 하지만 소명의 길을 선택하게끔 답을 알려준다. 그렇게 우리는 가혹한 길을 향해 알면서 기꺼이 발을 들인다.
그 길은 고통의 길이지만 동시에 희열의 길이기도 하다. 소명을 가진 삶만큼 극도의 지복은 없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삶이 아니다.
영웅의 길, 그것은 어른의 길이며, 아무나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냥 늙고 만다.
타로는 억지로라도 미약한 소명을 찾게끔 나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직관을 날카롭게 벼려 어떻게든 창조의 길을 가게 만든다.
그것이 타로를 배우는 이유이다. 강제로 전령관을 보내 늙고 마는 이가 아닌 어른이 되게 만든다.
타로를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그리고 그 잔상을 끈질기게 기록하다보면, 우리는 조건반사의 삶에서 직관의 삶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것이 타로를 배우는 이유이다. 우리는 삶을 창조해나가는 어른의 길을 그렇게 배워 나간다.


대중적인 점술도구로 알려진 타로카드, 하지만 타로카드의 기원은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럽 최초의 타로카드는 1420년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궁정에서 제작되었고, 당시 카드 제작의 의도는 가문의 위기와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던 밀라노 군주의 영혼을 위로하는데 있었다.
17세기 초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목판인쇄술이 도입되고 대중적인 타로카드가 본격적으로 제작되지만, 이 때에도 불안한 운명을 예언하는 도구는 타로카드가 아닌 전통적인 점성술이나 기존의 게임카드가 주를 이루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타로, 즉 웨이트-스미스 카드(the Waite-Smith deck)가 1909년에 영국 런던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이 타로덱의 제작자인 아더 웨이트마저도 타로카드의 점술 기능만은 철저하게 배격했다. 오히려 신비한 점술 기능은 그로부터 50년이 지나서, 그것도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바로 1971년 에덴 그레이 (Eden Gray)가 집필한 타로카드 해설서 <A Complete Guide to Tarot>가 미래를 예언하고 운명을 간파한다는 분명한 목적에서 예언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으로부터 도피하는 예언은 얼마나 허약한가?
자신의 타고난 미덕을 끝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춰진 부덕을 낱낱이 파헤치지 못하는 존재의 삶이 과연 어디에서 위로를 구할 수 있을까? 1420년대 밀라노 최초의 타로카드가 그리스 신화 속 소재인 다양한 신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기 말 마르세이유 카드를 분석하며 그 난해한 오컬트적 해석을 주도했던 제블랭 (Antoine Gebelin)이 신화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황금시대의 전설을 그토록 숭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타로의 창시자인 아더 웨이트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가 런던의 황금새벽회 내부에서 그리스 신들의 이미지가 새겨진 타로카드만 사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타로카드의 의미와 해석을 결정했던 중요한 단서는 늘 그리스 신화였다. 이는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불과 단 하루 밤만에 낯선 마르세이유 카드의 의미와 구조를 터득한 이유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점성술학자인 리즈 그린 (Liz Greene)에 따르면 신화는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온갖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원리이며, 타로카드는 우리 내면세계에 자리잡은 지혜와 의미, 무지와 혼란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시적 이미지에 해당한다. 타로카드가 시와 은유라는 점에서 해석은 당연히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리즈 그린은 개별 타로카드의 고유한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수록 카드의 신화적 해석을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All That Tarot-<세상의 모든 타로>에서는
“신화”와 “역사”, 그리고 “직관” 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타로카드의 기원과 발전과정 그리고 카드의 의미와 해석원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중국에서 제작된 동전 카드 (cash cards)가 동서무역의 거점지였던 투르판(Turfan)을 거쳐 페르시아에 알려진다. 그리고 다시 인도와 이집트에 전파되면서 15세기 유럽 최초의 타로카드로 알려진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로 등장한다. 바로 이 비스콘티 스포르자 카드덱을 시작으로,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복원한 기존의 다양한 형식과 종류의 마르세이유 타로덱, 그리고 1909년 영국 런던에서 제작된 웨이트-스미스덱의 역사와 해석을 자세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최초의 카드 제작자들, 타로카드의 명성을 불러왔던 학자들, 그리고 타로카드를 미신과 불신의 대상으로 추락시킨 불한당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최초의 타로카드 —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
12세기 초 중세 유럽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이슬람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게임 카드(playing cards)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후 14세기 중반에 이르자 이탈리아의 여러 항구 도시에서는 화려하게 장식된 아라베스크 문양의 게임 카드가 본격적으로 수입되었고, 주변 국가로 빠르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1367년 스위스 베른의 시의회는 교회의 승인을 얻어 모든 카드 게임을 금지하고 만다. 게다가 14세기 말에 이르자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서 게임 카드는 불법과 타락을 조장하는 “악마의 카드 (devil’s cards)”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타로카드는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1420년 당시 유명한 점성술사이며 단테 연구의 권위자였던 마르치아노 (Marziano da Tortona)는 밀라노의 군주 필리포 마리아 비스콘티의 요청으로 그리스 신들의 이미지를 새겨넣은 카드를 구상하고 설계한다. 어쩌면 이는 ‘최초의’ 타로카드가 등장하는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1450년 비스콘티 가문의 상속녀 비앙카 마리아와 당시 위대한 용병대장 프란체스코의 결혼 예물로 제작된 타로 카드 한 벌이 있었으니, 역사가들는 흔히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로 명명된 이 카드 덱을 서유럽 최초의 고전 카드로 보고 있다. 그리고 18세기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카드는 물론 20세기 초 등장한 웨이트-스미스 카드 또한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의 상징과 도상 그리고 그 의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총 8주에 걸쳐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의 역사와 해석의 전통을 소개한다. 타로 카드의 기원이 되는 중국, 이집트, 터키 지역의 게임 카드의 역사를 살펴보고,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의 등장에서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카드, 영국의 웨이트-스미스 카드가 제작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이후 비스콘티-스포르자 카드 각 장의 상징과 인물 그리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당대의 신화, 종교, 신비철학과 민중신앙을 관통하는 독자적인 시대정신 속에서 해설한다.
타로는 왜 배우는 걸까.
우리는 타로 카드 열 장을 켈틱 크로스로 배열하며 내가 다져온 토대를 가늠하고 일이 펼쳐질 방향을 그린다.
그렇게 운명을 예지하고 양갈래 길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운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운명이 내게 부여하는 소명이다. 그리고 그 소명은 가혹하고 비통한 길을 필히 걷게 만든다.
타로는 운명을 비추기도 하지만 소명의 길을 선택하게끔 답을 알려준다. 그렇게 우리는 가혹한 길을 향해 알면서 기꺼이 발을 들인다.
그 길은 고통의 길이지만 동시에 희열의 길이기도 하다. 소명을 가진 삶만큼 극도의 지복은 없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삶이 아니다.
영웅의 길, 그것은 어른의 길이며, 아무나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냥 늙고 만다.
타로는 억지로라도 미약한 소명을 찾게끔 나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직관을 날카롭게 벼려 어떻게든 창조의 길을 가게 만든다.
그것이 타로를 배우는 이유이다. 강제로 전령관을 보내 늙고 마는 이가 아닌 어른이 되게 만든다.
타로를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그리고 그 잔상을 끈질기게 기록하다보면, 우리는 조건반사의 삶에서 직관의 삶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것이 타로를 배우는 이유이다. 우리는 삶을 창조해나가는 어른의 길을 그렇게 배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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